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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대재앙, 그날이후
 
들어가는 말
경천동지(驚天動地)...
아연실색(啞然失色)...
설상가상 (雪上加霜...
유비무환(有備無患)...
들어가는 말
“높은 파도가 해변 제방을 넘어옵니다. 조금 뒤 다시 한번 큰 파도가 밀려옵니다. 사람들은 급히 나무와 가로등 위에 매달립니다. 승용차는 힘없이 물살에 휩쓸려갑니다. 제방을 넘은 파도는 이제 호수를 휩씁니다. … 갑작스러운 파도가 덮친 태국 푸케트의 바닷가. 해변과 리조트의 아름다운 풍광이 흔적 없이 휩쓸려 사라지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휴지조각처럼 부서진 건물들, 진열장에 전시된 조각품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진 주검들, 그 옆에서 울부짖는 가족, 아직도 찾지 못한 친인척의 시신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죽은 아들을 안고 넋을 잃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부모들 ….

12월 26일, ‘동남아 지진해일 대재앙’ 소식은 지구촌을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재앙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사람들의 사체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명 피해가 막대했다. 섬 전체 원주민 혹은 주민의 절반가량이 사망한 곳도 있다.

사건이 터진 후 각 언론은 앞 다투어 ‘대재앙’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워 비극적인 상황을 전 세계로 타전하기 시작했다.

‘지상 낙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경관을 발판으로 세계적 관광국으로 부상, 연말을 맞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던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동시다발적으로 ‘때 아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한 한국인 생존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끔찍하다. 바로 지옥, 그 자체였다”고 말하며 전율했다.

경천동지(驚天動地)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이번 지진의 진원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서부 지역의 해저 40km 지점.

지구 표면은 두께 100km 정도의 10여 개의 딱딱한 판으로 뒤덮여 있는데, 이들 판의 상대운동에 의해 판과 판의 경계에 따라 지진이나 화산폭발 같은 엄청난 자연의 위력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호주판 경계면에 있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1천km에 걸쳐 형성된 ‘안다만 단층선’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대재앙의 1차적 주범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바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대규모 지진이었지만 2차적 주범은 그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거대 해일 즉 ‘쓰나미’라고 불리는 대규모의 지진해일에 있었다.

리히터 규모 9.0은 지진 측정기인 리히터 지진계로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에 근접하며, 미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1900년 이후 4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다. 이 지진은 엄청난 바닷물의 역류 현상인 불청객 ‘쓰나미’를 불러왔다.

쓰나미(津波, Tsunami)는 ‘포구로 밀려드는 파도’란 뜻으로 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의 나미(nami)가 합쳐진 용어로 ‘지진해일’로 번역된다. 사전에는 ‘해저에서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발생하는 파장이 긴 해일’이라고 되어 있다. 이는 해저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이 원인이 되어 해수가 상하로 진동하고, 그것이 대규모의 파동(波動)이 되어 외부로 퍼지는 현상이다.

이번 대재앙에 따른 대형 참사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이 대규모의 지진해일에 있다

아연실색(啞然失色)
수소폭탄 270개, 원자폭탄 266만 개와 맞먹는 위력

지진해일의 위력은 엄청났다. 혹자는 이번 지진해일을 ‘저승사자’로 혹자는 ‘예고 없이 다가온 멸망의 덫’으로 신랄하게 표현했다. 지진해일은 동남아 10여 개국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재산 피해는 고사하고 인명 피해는 처음 수천 명에서 며칠 뒤 수만 명으로 그 며칠 후에는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연일 기록갱신하며 엄청난 피해규모를 속출해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하루에 수백 구가 넘는 시신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22만 8천명을 비롯해 스리랑카 3만여 명, 인도 1만 7백여 명(1월 25일 집계) 등 최종 사망자만도 28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도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실정이다.

12월 26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전 10시께)에 시작한 지진은 진앙에서 가까운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 북서부의 록수마웨와 반다아체를 강타, 도로를 종잇장처럼 찢고 수십 채의 건물을 붕괴시켰다. 이어 바다에서 발생한 해일이 서부해안 도시를 휩쓸자 가옥과 도로가 금방 물에 잠겼다.

지진은 진원지에서 동쪽으로 950km 떨어진 싱가포르와 인근 말레이시아 9개주에도 전해졌다. 수마트라에서 2천km 떨어진 방콕, 진앙 서쪽의 스리랑카 역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지진과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벵골만 지역의 인도령 안다만 제도 및 니코르바제도의 섬주민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번 지진과 쓰나미는 수소폭탄 270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266만 개의 위력과 시속 720km의 제트기와 맞먹는 속도로 돌진해왔다.

일본 기상청은 12월 28일 이번 지진의 파괴력이 1995년 5,249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고베 대지진의 1천6백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전후 인공위성 사진을 비교해보면 이번 지진해일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하루에도 수천 수백 구씩 발견되는 사체로 인해 동남아 피해국은 현재 공동묘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상 낙원’이 ‘지상 무덤’으로 돌변한 어처구니없는 현실 가운데 전 세계 지구촌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뿐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 5일 자카르타 긴급 구호 정상회담 참석을 하루 앞두고 헬기편으로 인도네시아 아체주를 시찰한 후 “전쟁터보다 더 비참하다”며 현지에서의 충격을 밝히기도 했다.

설상가상 (雪上加霜)
대재앙, 그날 이후

이번 지진으로 인류의 생활 터전인 지구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한반도 크기의 2배에 달하는 수마트라섬이 36m가량 이동했고 수마트라 남서부 인근 섬들 역시 같은 방향으로 20m 정도 움직였다고 밝혔다. 또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지구의 자전축까지 변경돼 앞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는 약 23.5도. 이론적으로 이 기울기가 줄어들면 여름에는 덜 덥고 겨울은 덜 춥게 되는 즉 이상기온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현지에서는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의 신원 확인도 급한 일이지만 파상풍과 이질 등 2차 전염병 창궐 또한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경 없는 의사회’는 12월 27일 피해지역에 장티푸스 말라리아 콜레라 등과 같은 전염병 확산에 따른 ‘제2의 대재앙’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모든 식수도 바닷물로 오염된 상태라 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기근 현상도 심화되면서 이재민의 건강과 생활도 시급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한편, 사고 당시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자살’ 충동까지 느낄 만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피폐해진 정신적 문제의 해결 또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남아시아 지진 해일로 12개국에서 200만여 명의 이재민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과 지진해일이 현대사 최악의 자연 재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알려만 줬더라도 피해 줄일 수 있었다

각 나라별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진해일이 있기 전 쓰나미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한다. 알려도 관리들이 무사안일하게 있다가 피해를 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일이 인도 본토를 강타하기 1시간 전 1천2백km 떨어진 카노코바 섬의 공군기지를 덮친 사실을 공군 고위 장교들이 확인했지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 신문은 인도 기상국도 지진 직후 해일을 우려 했지만 무시했다고 전했다.

태국의 경우 전직 기상국 관리가 지진 직후 기상청장실로 전화해 해일을 알리려 했지만 전화연결을 시켜주지 않았다고 지난 1월 3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바로 대피했더라면 75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일을 이야기해 ‘관광산업을 망치려는 매국노’로 욕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무사안일한 태도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키운 인간과는 달리 동물들이 입은 피해는 전무했다는 점은 새겨둘 만한 일이다. 실제 사람들은 지진 전에 동물들이 육지 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썰물 현상 등의 전조현상을 보고 대피를 하는 등의 대비책을 세웠더라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부단히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닥쳐서야 비로소 울리는 경보 사이렌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경보 사이렌이 울리기 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발생되는 전조현상을 바라보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여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자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시대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재앙 앞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대재앙의 전조현상을 눈여겨 바라보고 적극적인 생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겸손이야말로 현 시대의 모든 인류에게 가장 합리적인 생존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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