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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히스트로 보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 展
 
들어가는 말
A Zone. 엄마_추억하...
B Zone. 그녀_여생을...
C Zone. 다시, 엄마...
D Zone. 그래도 괜찮...
E Zone. 우리 어머니...
들어가는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한때 화제가 됐던 설문조사다. 102개국 4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 ‘사랑’, ‘행복’, ‘미소’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은 단어는 ‘어머니’였다. 의외일 듯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공감 가는 결과다. 사랑이나 행복처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들 중에는 어머니에게서 파생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 6대 광역시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에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범한 어머니들의 이야기와 사진, 소소한 소품들이 작품의 주를 이루지만 관람객들 중 눈물샘을 자극받지 않은 이들은 드물다. 너나없이 어머니의 태(胎)에서 나왔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계절, ‘우리 어머니’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마음으로 만나보자.

A Zone. 엄마_추억하면 사랑으로 스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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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부터 받은 선물 중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선물은 없다”
_에우리피데스(그리스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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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존(Zone)의 테마는 엄마와의 ‘추억’이다. 아이들 추울까 봐 새벽에 홀로 일어나 군불을 지피는 엄마, 끼니 때가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밥 한 그릇을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는 엄마, 자식들 먹이고 입히려 달빛 아래 꿴 열무단을 장터에 내다 파는 엄마…. 각 작품에 얽힌 엄마와의 구구절절한 추억들은 시작부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는 느낌이 든다.
나무는 한 소년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소년의 행복을 위해 나무는 그가 노인이 될 때까지 열매, 가지, 줄기에 이어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마저 다 내어준다. 결국 나무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무는 행복해한다.
현실 속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존재한다면, 그 이름은 단연 ‘어머니’일 것이다. 자녀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에게 아낌없이 내어준다. 자녀들의 추억 속에 오롯이 자리한 어머니의 희생, 그 안에는 당신의 생명까지 아끼지 않는 사랑이 담겨 있다.



재봉틀 _대구 김윤희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머니는 할아버지 댁에 들어가 살면서 증조부모님까지 네 분의 시어른을 모시며 익숙지 않은 농사일까지 해야 했다.
이 재봉틀은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우리 삼 남매 옷을 늘이고 줄이는 데 쓰시던 것이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오빠 옷 물려받기 싫어서 안 입는다고 투정 부렸었는데, 결혼해서 딸을 낳아 키워보니 멋쟁이셨던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는지 알 것 같다.
요즘도 어머니는 이 재봉틀로 딸과 며느리, 손주들의 옷을 만들어주곤 하신다. 친정에 가서 재봉틀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쇠절구 _부산 박춘희
가족들 아플 때 어머니가 약쑥을 캐서 일일이 빻아 약을 해 주셨던 절구. 이번 전시회에 쓰라고 이 절구와 물건 몇 점을 내주시며 어머니는 지난날 고생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내가 니 외할머니 안 계셔서 없는 집 시집와서 고생 안 했나. 내 고생한 얘기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거다.”
힘들게 사신 건 알았지만 엄마 입에서 ‘고생했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되니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새삼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B Zone. 그녀_여생을 바친 대가로 받은 이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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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엄마에 대한 기억은?”
_신경숙 《엄마를 부탁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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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존을 지나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면, 먼저 이 글귀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그녀도 꿈 많던 소녀였지요. / 소녀는 자라서 어여쁜 아가씨가 되었고 / 그녀의 이름은 곧 ‘아내가 되었습니다. / 몇 달 동안 한 몸이었던 핏덩이와 / 처음 두 눈을 마주쳤을 때, / 그녀는 마지막 개명(改名)을 다짐합니다. / 여생(餘生)을 대가로 받은 이름, 어머니. / 이것은 여자로서의 삶을 내려두어야 했던 /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B존에서는 아무개 엄마, 누구누구 댁으로 불리는 데 더 익숙한 어머니도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누구나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정작 어머니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소녀 시절에는 어느 학교에 다녔고 누구와 친했고 방과 후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성인이 되어서는 어떤 회사에 다녔고 어떤 옷차림을 좋아했고 어떤 영화와 음악을 즐겼는지―아는 자녀는 많지 않다.

노리개 _대전 조한선
음력 5월 5일 단오에 태어나신 엄마. 딸을 반기지 않았던 시절에다 명절이다 보니 엄마의 생일은 늘 잊혔습니다.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25전쟁에서 시력을 잃은 아버지와 여러 자녀들을 돌보느라 당신의 생일을 챙길 여력이 없었으니까요.
단오의 행복한 풍경이 담긴 이 노리개를 집 안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매년 단오가 되면 ‘그래, 내 생일이지’ 하며 위안을 삼으셨던 엄마.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이 노리개를 챙겨왔는데, 볼 때마다 엄마의 애달픈 삶이 생각나 가슴이 저립니다.
어머니는 항상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챙기고, 좋은 것은 무조건 자녀에게 양보하고, 다 주고도 미안해하지만 원래 그래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어머니의 삶에서 자녀를 갖기 전과 후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시작부터가 그렇다. 한 생명을 잉태한 지 열 달 만에 찾아오는 것은 작열통(불에 타는 고통), 절단에 의한 고통 다음으로 심하다는 출산으로 인한 고통이다. 극심한 고통을 겪고서야 여자는 비로소 어머니라는 이름을 얻지만 이는 결코 벼슬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형벌에 가깝다. 몇 시간 동안의 산고(産苦)는 앞으로 어머니로 서 겪을 괴로움에 비하면 너무나 짧다.
끝없이 뛰는 심장처럼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이어지는 어머니의 가없는 희생을 어떤 글로, 어떤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C Zone. 다시, 엄마_“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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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를 울게 한 아들뿐이다”
_ 중국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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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존은 어머니에 대한 자녀들의 회한을 담은 공간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한 기분과 더불어 가슴 저린 후회가 솟구친다고 한다. 모진 말과 행동으로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은 기억 탓이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눈물을 먹고 자라지만, 자녀들의 눈에는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보이지 않는다. 혹 알더라도 ‘엄마는 엄마니까 늘 내게 주기만 해야 하고, 나는 자식이니까 당연히 엄마에게 받아야 한다’는 합리화로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철없는 행동들이 훗날 고스란히 회한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 철이 든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뒤늦게라도 효도하며 은혜에 보답할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날을 사죄하고 앞으로 호강시켜드리고 싶어도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면 회한의 눈물은 마를 길이 없다. C존의 작품들은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게는 아픈 공감을, 어머니가 계신 이들에게는 ‘효도하리라’는 다짐을 불러 일으킨다.




D Zone. 그래도 괜찮다_사랑의 날개 아래 받는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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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퇴색하고 사랑은 시들고 우정의 나뭇잎은 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어머니
는 은근한 희망으로 이 모든 것을 견디며 살아간다” _ 올리버 홈스(미국 문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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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간의 사랑은 깨어지기 십상이고 친구와의 우정도 쉽게 변색된다. 어머니의 사랑이 위대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실로 넓고 깊고 높아서 자녀들의 허물까지 감싸준다. 대지처럼, 바다처럼, 하늘처럼.
D존을 지나다 보면 한데 모인 어머니들의 사진이 눈에 띈다. 한 장 한 장 살펴보면, 깊이 패인 주름에 희끗희끗한 흰머리에 구부정해진 어깨, 다들 세월의 풍파에 지치고 상한 듯 엇비슷한 모습이다. 그래도 어머니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어머니는 자녀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몇 번이고 용서하지만 정작 어머니의 사전에는 ‘용서’라는 말이 없는 듯하다. 자녀들이 심장을 할퀴어도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걱정하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에게 용서란 할지 말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어머니에게 자녀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대상일 뿐이다.



E Zone. 우리 어머니_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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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이다”
_단테(이탈리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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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E존에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어머니 사랑의 근원을 찾아본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뿐 아니라 자연 곳곳에서 발견되는 모성애는 대물림되어 왔으며 그 시작에는 최초의 어머니, ‘어머니 하나님’이 존재한다. 성경은 인류에게 어머니 하나님을 증거하며, 자녀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히 전하고 있다.

“… 이리 오라 내가 신부 곧 어린양의 아내를 네게 보이리라 하고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보이니”(계 21장 9~10절)

“오직 위에 있는 예루살렘은 자유자니 곧 우리 어머니라”(갈 4장 26절)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사 49장 15~16절)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사 66장 13절)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을 먼저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패륜 범죄를 비롯해 상상하기도 힘든 사건?사고가 빈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 때문에 뉴스를 보기도 겁이 난다.
경제 위기, 가족 해체, 물질만능주의, 과잉 경쟁….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현대인은 불안하고, 외롭고, 서글프다. 누구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고, 위로받기를 원한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아픔과 상처까지 품어 안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라고 ‘우리 어머니’전의 작품들은 소리 없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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