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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은 얼음, 빙하
 
들어가는 말
작은 눈송이가 만든...
움직이는 조각가
빙하가 녹아 없어진...
지구의 나이테, 빙하...
들어가는 말
2017년 스위스 남서부의 디아블르레 빙하(Les Diablerets glacier) 틈에서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옷을 입은 부부가 발견되었다. 평생 부모를 찾아다닌 딸은 빙하 속에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던 부모의 장례식을 치렀다. 다음 해인 20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폭염으로 알프스 빙하마저 녹아내렸는데 그 속에서 반세기가 넘게 묻혀있던 미군 전투기 다코타의 잔해가 발견됐다.

빙하는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할뿐더러 수천, 수만 년 전으로 거슬러 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다.

작은 눈송이가 만든 거대한 얼음덩이
‘빙하’ 하면 흔히 극지방에 펼쳐진 광활한 얼음 대지를 떠올린다. 이는 빙하의 한 종류인 대륙빙하다. 실제 빙하는 눈이 오랫동안 쌓여 단단하게 굳어진 두꺼운 얼음덩어리의 총칭으로, 대륙빙하뿐 아니라 알프스와 같은 산지 골짜기의 산악빙하도 있다.

대륙빙하는 빙상과 빙붕으로 이루어진다. 빙상은 육지 위에 쌓이는 부분이고, 육지에서 바다 위로 뻗어 나온 얼음 덩어리를 빙붕이라 한다. 빙붕이 깨어져 바다에 떨어진 덩어리인 빙산은 물 위에 보이는 높이가 전체 크기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클 때를 말하는 ‘빙산의 일각’이 여기서 비롯된 말이다.

빙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거대한 모양새와 다르게 그 시작은 작디작은 눈송이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밖을 나서 걸으면 뽀드득 소리와 함께 눈이 뭉쳐져 얼음처럼 단단해진다. 금방 내린 눈의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당 0.05그램 정도인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이면 그 무게의 압력으로 아래쪽의 눈이 점점 뭉쳐진다. 눈 사이에 있던 공기는 얼음 속에 갇히고, 압력이 가해질수록 얼음 속 공기의 비율은 줄어든다. 시간이 흘러 더 많은 눈이 쌓여서 밀도가 1세제곱센티미터당 0.8그램 이상으로 커지면 마침내 빙하를 이루는 얼음인 빙하빙이 된다. 만약 오늘 내린 눈이 빙하빙으로 변하려면 짧게는 50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묽은 밀가루 반죽을 평평한 면에 떨어뜨리면 천천히 옆으로 퍼지듯, 빙하는 사방으로 계속해서 면적을 키우며 발달한다. 하지만 무한대로 커지지는 않는다. 끝에서부터 깨져 바다로 떨어지거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산 아래로 흘러가며 전체적인 크기를 유지한다. 이렇게 쌓인 빙하들의 두께는 어마어마하다. 그린란드 빙하의 평균 두께는 1.5킬로미터이고 가장 두터운 것은 3킬로미터가 넘는다. 긴 세월 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빙하는 지구 육지의 10퍼센트에 달하는 면적을 차지하면서 바다 다음으로 많은 물을 저장한다.

움직이는 조각가
바다가 흐르듯이 빙하도 흐른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육안으로 빙하의 이동을 볼 수는 없지만, 빙하는 거의 정지한 것부터 하루에 2~30미터를 움직이는 것까지 다양한 속도로 이동한다. 이때 빙하의 바닥에 덩어리진 얼음과 암석도 함께 움직이는데, 그로 인해 땅이 깎여 지형이 조금씩 변한다. 빙하는 깎여나온 물질들을 옮겨서 다른 곳에 쌓기도 하는데, 이런 침식과 퇴적작용은 지형 곳곳에 긁힌 자국을 남기거나 빙퇴석1을 만들어 결국에는 땅의 형태를 아예 바꾸기도 한다.

흐르는 물은 지형을 단순히 ‘V’자 모양으로 깎지만, 빙하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독특한 모양의 봉우리와 골짜기를 만들어낸다. 빙하가 흘러내릴 때 옆면이 깎여 뿔 모양의 뾰족한 봉우리만 남아 있는 산을 ‘혼’이라고 하며, 빙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지면이 푹 꺼져서 만들어진 U자 모양의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생긴 좁고 긴 만을 ‘피오르’라고 한다.

특히 피오르는 빙하가 발달한 지역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명불허전의 절경으로 꼽힌다. ‘피오르의 관문’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베르겐은 수려한 경관으로 영화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빙하는 지표면에 예술을 펼치는 거대한 조각가의 역할을 한다.

빙하가 녹아 없어진다면
2019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에서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약 700년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오크 화산을 덮고 있던 오크 빙하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서서히 녹아내렸다. 결국 2014년에는 빙하 연구자들로부터 ‘죽은 빙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기후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해 700살 된 빙하의 장례식을 이날 마련하고 추모비를 세웠다.

이외에도 많은 빙하가 평소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의 70퍼센트는 대기, 육지와 바다 등에 흡수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반사된다. 이때 지구 표면을 이루는 물질 중에서 흙보다는 물이, 물보다는 눈과 얼음이 빛 반사율이 높다. 눈이 쌓인 날 해가 나면 바닥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눈이 부신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빙하지대의 눈과 얼음은 태양 빛의 80~90퍼센트를 반사하는데 빙하가 줄어들면 반사량도 줄어들어 지구 대기권의 열이 지구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진다. 결국 지구 온난화는 더 빨라지고, 그럴수록 더 많은 빙하가 녹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만약 이렇게 많은 빙하가 모두 녹아 없어지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컵에 담긴 물이 얼거나 다시 녹을 때, 물의 높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바다에 떠 있는 얼음들이 녹더라도 해수면 상승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물이 담긴 컵에 얼음을 넣으면 물이 높이 차오르거나 넘치는 것처럼, 땅 위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녹아 바다로 들어가면 해수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지구상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70미터 이상 올라간다. 세계 주요 도시 대부분이 바다에 잠기고, 지도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나라도 생기면서 지구의 바다와 육지 분포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음이 녹아 극지방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 물의 밀도가 변해서 해류의 순환이 더뎌진다. 느려진 해류는 곧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를 초래한다.

무거운 얼음이 갑자기 녹아버리면 지각에도 변동이 일어난다. 단단한 지각과 상부 맨틀 아래에는 부드러운 연약권2이 있다. 땅 위에서 지각을 누르던 얼음이 녹아 사라지면 땅속 연약권에서 맨틀 물질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얼음이 사라진 지점 아래로 맨틀 물질이 몰려들어 땅을 들어 올리고 평형을 맞춘다. 이 작용으로 인해 스칸디나비아 반도 주변이 마지막 빙하기 이후 약 350미터나 상승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빙하는 인간의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극지방에 위치하기에 일상과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환경에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주고 있다.


지구의 나이테, 빙하
북반구의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은 평균 기온이 영하에 머무르는 극한(極寒)의 땅이지만 학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화성 표면보다 알기 어렵다는 빙하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수백 미터 얼음 기둥을 뚫거나 레이더를 사용한다. 차가운 빙하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러시아 매머드 탐사팀이 빙하 속에서 1만 5천 년 전에 살던 매머드를 발견했고, 매머드의 조직과 얼지 않은 혈액 추출에 성공했다. 빙하 탐사를 통해서도 수만 년 전의 지구 환경을 알아낼 수 있지만, 원통형 파이프를 이용해 3킬로미터 이상의 얼음 기둥인 빙하 코어를 시추한다면 훨씬 이전의 역사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빙하 코어를 채취해서 분석하면 그린란드에서는 13만 년, 남극에서는 무려 100만 년의 역사를 거슬러 갈 수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보면 나무의 나이, 과거 계절이나 기후를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빙하 표면에서부터 기반까지의 얼음 단면에는 나이테처럼 다양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각 얼음층에 있는 공기를 분석하면 과거 지구 환경, 기후 변화와 빙하 생성 시기,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빙하 공기층에 갇힌 꽃가루는 과거 식물의 종류를 알려준다. 시커먼 화산재를 통해 화산이 언제 어디서 폭발했고, 화산재가 어떤 이유로 퍼지게 되었는지 등 기록이 없는 과거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학자들이 빙하 코어에 집중하는 이유는 얼음 속 과거의 정보를 통해 현재의 환경을 이해하고 미래의 기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타임머신을 타면 과거와 미래를 왕래하며 자유자재로 시간 여행을 한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오늘날 인류의 기술로 타임머신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차원을 넘고,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지구의 빙하는 얼음 속에 현재의 기록을 남긴다. 오늘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내리는 눈과 함께 얼음이 되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쌓인 눈과 공기는 단단한 얼음층이 되고 빙하 속 자연 나이테가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다.

욥 38장 29~30절 “얼음은 뉘 태에서 났느냐 공중의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물이 돌같이 굳어지고 해면이 어느니라”



1. 빙하에 의해 운반되어 하류에 쌓인 돌무더기.
2. 암석권 아래로 수십 킬로미터 부근의 부드러운 부분.


[참고]
헨리 폴락, 『얼음 없는 세상』, 선세갑 역, 추수밭, 2010.
오코우치 나오히코, 『얼음의 나이』, 윤혜원 역, 계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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