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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더 아름다운 숲
 
들어가는 말
숲속 나무들의 화합...
생명의 터전, 숲
사라지는 나무, 줄어...
들어가는 말
나뭇가지가 하늘을 뒤덮어 서늘함이 감도는 숲속. 바람은 상쾌한 기운을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이따금 동물들이 부스럭부스럭 움직이며 적막을 깬다. 이 잠잠한 초록빛 풍경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상상을 펼치는 캔버스가 되었다. ‘백설 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 많은 동화가 숲을 무대로 하니 말이다.

사실 숲에서는 굳이 상상력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숲속 동식물들의 면면에 각양각색의 사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숲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명실상부한 주인공, 나무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숲속 나무들의 화합
울창한 천연림이 생겨나기까지는 수백 년에 달하는 긴 시간이 걸린다.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가 빈 땅을 초록으로 뒤덮고, 소나무처럼 햇빛을 좋아하는 ‘개척자나무’가 하나둘 자라난다. 이어 참나무, 서어나무 등 음지에서도 잘 크는 나무들까지 가세하면 오랜 시간 후 빽빽하고 푸르른 숲이 탄생한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뿐, 숲속의 나무들은 서로 쉼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대표적인 수단은 향기다. 동물에게 나뭇잎을 공격당하면 나무는 에틸렌 등 상황에 맞는 향을 퍼뜨린다. 주변 나무들은 바람에 실려 온 향기로 위험을 알아차리고 대처한다. 독이나 나뭇진으로 곤충을 퇴치하거나, 화학 물질을 내뿜어 애벌레의 천적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이러한 소통은 꽤 효과적이어서, 이웃 나무가 포식자로부터 공격받은 적이 있는 경우 그 근처의 나무들은 멀리 떨어진 곳의 나무보다 대체로 더 건강하고 저항력도 강하다.

그런데 향기는 널리 퍼질수록 옅어지고 날씨에 따라 잘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히 나무에게는 더 확실한 소통 시스템이 있다. 바로 뿌리다. 뿌리는 수관1 폭의 두 배까지 뻗어 나가 나무를 든든히 지탱하는 동시에, 여러 나무를 잇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나무들은 뿌리로 화학 신호나 전자 신호, 양분을 주고받으며 상생한다. 포식자가 오면 경고를 보내고, 시들어가는 나무에게는 영양분을 보태 준다.

땅속의 균류는 숲의 이러한 네트워크가 잘 유지되도록 돕는다. 균류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없어서 다른 생명체나 유기물에 의존해 살아간다. 나무뿌리에 자리 잡은 균류는 영역을 넓혀 다른 나무의 뿌리에 닿고, 그곳에 사는 균류와 상호작용을 한다. 이런 식으로 얽히고설킨 균사2 가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흙에 적게는 몇 미터, 많게는 몇 킬로미터나 분포한다. 이토록 촘촘한 망덕에, 홀로 떨어져 있는 나무에게도 다른 나무들의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나무들은 폭풍 같은 큰 위기도 서로에 의지해 이겨낸다. 바람이 가지를 크게 굽혀도, 옆 나무의 수관이 완충 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부러지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만약 어느 한 나무가 쓰러져 공간이 생기면 그곳으로 바람이 휘몰아쳐 숲속 생태계가 타격을 입게 된다. 나무들은 마치 이를 아는 것처럼 서로 하나 되어 푸른 숲을 지킨다.

생명의 터전, 숲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들은 여러 면에서 숲을 풍요롭게 가꾼다. 나무는 따가운 햇볕과 거센 바람을 잠재워 숲의 기후를 온화하게 만든다. 또 물을 효과적으로 순환시켜 연중 적정한 습도가 유지되게 한다.

다 자란 나무는 매일 100에서 700리터의 수분을 토양 표면과 대기 중으로 내뿜는다. 비가 올 때는 1000리터 이상의 물을 빨아들여 깊은 지하로 보낸다. 이 물은 땅속에서 풍부한 산소를 함유한 깨끗한 물로 정화된다. 우리나라 전역의 숲이 한 해 동안 저장하는 물의 양이 소양강댐 6개의 저수량과 맞먹는다고 하니, 가히 ‘녹색댐’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녹색댐’ 덕분에 동식물들은 홍수나 사태, 가뭄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

숲의 가습기인 나무는 천연 공기청정기이기도 하다. 한 그루의 나무는 비에 씻겨 내려오는 먼지를 100킬로그램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또 광합성을 통해 일평생 최대 2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체내에 축적한다. 나무가 죽으면 이 이산화탄소는 나무와 함께 묻혀 땅을 기름지게 하는 부식토의 일부가 된다. 이처럼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숲이 늘 쾌적하고 비옥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나무는 숲속 동물들에게 보금자리가 되어 준다. 거대한 고목에는 수백여 종, 수천 마리의 곤충이 깃들어 산다. 더위와 추위를 막아줄 만큼 튼튼한 나무줄기는 딱따구리나 부엉이, 박쥐의 집터로 제격이다. 진달래처럼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나는 관목에는 작은 새들이 몸을 숨기고 둥지를 튼다.

때에 따라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나무의 생명 활동은 동물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곤충들은 어려서는 잎사귀를, 커서는 꿀이나 수액을 먹는다. 탐스럽게 여문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땅에 떨어진 열매는 멧돼지, 노루 등을 살찌워 무사히 겨울을 나게 한다. 가으내 열매 수확이 끝난 뒤 물속에 떨어진 낙엽은 유충들의 먹이가 된다.

이처럼 숲은 그 자체로 생명의 터전이다. 기후를 조절하고 임산물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지구상 삼림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150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금을 합친 값의 10배 이상이다.

사라지는 나무, 줄어드는 숲
인류도 숲에 의지해 살아왔다. 하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여느 동물과 달리 사람은 더 풍족한 삶을 위해 숲을 훼손했다. 숲은 하나둘 도시와 농경지, 목초지나 공장 부지로 바뀌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숲이 사라졌다.

나무가 잘려나가고 땅이 파헤쳐지자 숲이 품고 있던 탄소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미와 시베리아, 호주, 유럽 등지에 자연 발생하는 산불의 규모가 매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숲의 탄소배출을 부추기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날씨가 덥고 건조해진 탓에 나무에 쉽게 불이 붙고, 그 불이 일대를 더 건조하게 만드는 악순환이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던 아마존도 인간의 침략을 비껴가지 못했다. 무분별한 벌목과 방화로 나무가 줄자 아마존의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을 넘어섰다. 열대 우림의 토양은 급격히 유실됐으며, 많은 생물이 서식지를 잃고 개체 수가 급감하거나 멸종됐다. 원숭이나 박쥐 같은 야생동물의 영역이 인간의 생활반경과 겹치게 되면서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감염병이 유행하기도 했다. 드넓은 숲을 농장으로 개간한 말레이시아나 인도 등 몇몇 국가는 20세기 들어 강우량이 감소했다. 물순환에 기여하는 나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은 나무를 심어 숲을 복원하기에 나섰다. 문제는 겉모습만 아니라 속까지 생명력이 가득한 숲은 인위적으로 되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촘촘히 형성된 숲 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다시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환경적 특성을 세심히 고려하지 않은 조림(造林)이 이뤄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나 성장 속도, 환경적응능력만을 고려해 수종을 선택한 결과다.

이렇게 조성된 인공림은 천연림에 비해 생물 다양성이 턱없이 낮다. 병충해나 기상 재해에 더 취약하며,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도 떨어진다. 본래 나무는 나이가 들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어도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갈수록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황량해진 땅에 갓 들어선 묘목에게 고목만큼의 능률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 잃고 외양간은 고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무 잃고 숲을 회복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나중에 복원하겠다는 핑계로 숲을 훼손하는 일을 멈추고 이제라도 남은 숲을 보호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홀로 선 나무 한 그루는 바람을 피할 수도,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다. 여러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시사철 생명이 살아가기에 알맞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나무들은 서로를 아끼며 숲의 명맥을 이어나간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 나무와 동물들에게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듯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숲속 나무들의 이야기는 동화보다 신비하고 아름답다.

1. 많은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줄기의 윗부분.
2. 균류의 본체를 이루는 실 모양의 세포.

[참고]
차윤정·전승훈, 『숲 생태학 강의』, 지성사, 2009.
페터 볼레벤, 『나무 수업』, 장혜경 역, 이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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